보안에서 암호화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우리가 저장하고 보관하는 데이터에는 아무나 접근할 수 있어서는 안 되고, 설령 접근이 가능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데이터를 원본 형태 그대로 보관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에는 어떤 암호화 방식을 적용해야 할까요? 암호화는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데이터를 안전한 알고리즘으로 다른 사람이 읽지 못하는 형태로 바꾸는 보안 기술로, 크게 대칭키 암호화, 비대칭키(공개키) 암호화, 해시 함수 세 가지로 나뉩니다.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암호화의 3가지 방식
대칭키 암호화
하나의 키로 암호화와 복호화를 모두 수행합니다. 평소에는 알아볼 수 없게 암호화해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만 복호화해 확인합니다. AES, DES/3DES, ChaCha20, ARIA/SEED가 대표적입니다.
비대칭키 암호화
공개키로는 누구나 암호화할 수 있지만, 복호화는 개인키를 가진 사람만 가능합니다. 복호화 성공 자체가 변조 없이 인증된 자료라는 증거가 되어, 전자문서 인증 등에 쓰입니다.
해시 함수
원본을 복원하는 대신, 위조할 수 없는 고유한 값을 생성해 무결성을 증명합니다. 데이터 위·변조 여부나 입력값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정리하면, 사용자의 개인정보처럼 원본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데이터는 대칭키 암호화를, 은행이나 공공기관의 전자문서처럼 위조 여부를 검증해야 하는 데이터는 비대칭키 암호화를, 비밀번호처럼 원본을 알 필요 없이 일치 여부만 확인하면 되는 데이터는 해시 함수를 사용합니다.
이너버스의 통합 로그관리 플랫폼 LogCenter 역시 이러한 방식을 바탕으로 로그 데이터를 암호화해 저장하고, 저장된 로그의 무결성을 UI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암호화는 “절대 안전”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암호화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안전할까요? 현재 컴퓨팅 환경을 기준으로는 무차별 대입으로 뚫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방식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릅니다.
| 구분 | 현재 기준 | 미래 위협 |
|---|---|---|
| 대칭키 (AES) | 사실상 안전 — 키 길이만큼 경우의 수가 폭발한다 | 양자컴퓨터 환경에서도 키 길이가 충분하면 비교적 견고하다 |
| 비대칭키 (RSA/ECC) | 사실상 안전 — 소인수분해·이산대수 문제에 기대고 있다 | 양자컴퓨터(쇼어 알고리즘)가 실용화되면 이론적으로 해독 가능하다 |
| 해시 함수 (SHA-256) | 사실상 안전 — 역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 그로버 알고리즘으로 유효 보안 강도가 절반(약 128비트) 수준으로 낮아지지만, 출력 길이를 늘리면(SHA-384/512) 대응할 수 있다 |
비대칭키 암호화(RSA, ECC 등)는 소인수분해나 이산대수 문제처럼 “기존 컴퓨터로는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에 안전성을 기대고 있는데, 양자컴퓨터의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은 이 문제들을 이론적으로 훨씬 빠르게 풀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실용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이미 2024년에 양자내성암호(PQC, Post-Quantum Cryptography) 표준을 발표하며 이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암호화해 둔 데이터를 미리 탈취해 두었다가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된 뒤에 복호화하는 이른바 “하베스트 나우, 디크립트 레이터(Harvest Now, Decrypt Later)” 공격도 보안 업계에서 실제로 논의되는 위협입니다.
즉 “AI나 미래 기술로도 절대 뚫을 수 없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현재 기준으로는 사실상 안전하지만 미래 위협에 대비한 전환 계획이 필요하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암호화가 강력한 보안 수단인 것은 분명하지만, “암호화했으니 무조건 안전하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생각입니다. 공격자는 암호화된 데이터를 직접 뚫는 대신, 키를 탈취하거나 암호화되기 전후의 지점을 노리는 등 다른 경로를 찾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보가 예상치 못한 경로로 접근당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이런 전제에서 출발하는 보안 원칙이 바로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입니다.
제로 트러스트란?
제로 트러스트는 “아무것도 믿지 말고, 항상 모든 것에 대한 안전을 검증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기존 보안이 “허용된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다”는 경계 중심 모델이었다면, 제로 트러스트는 “내부에 이미 공격자가 들어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모든 접근과 시도를 의심합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SP 800-207에서 제로 트러스트 아키텍처의 원칙을 일곱 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실무에 적용하기 쉽도록 다음 3가지 핵심 원칙으로 요약해 통용하고 있습니다.
| 원칙 | 개념 | 적용 방법 |
|---|---|---|
| 1. 명시적 검증VERIFY EXPLICITLY | 사용자가 누구든, 어디서 접속하든 모든 신원과 정황을 명확히 검증한다 | 아이디·비밀번호뿐 아니라 MFA, 접속 기기의 보안 상태, 접속 위치·IP 등을 종합 분석한다 |
| 2. 최소 권한 부여LEAST PRIVILEGE |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권한만 부여한다 | JIT(필요한 시간에만 일시적 권한 부여), JEA(필요한 데이터에만 선별적 접근 허용) |
| 3. 침해 가정ASSUME BREACH | 공격자가 이미 시스템에 침입했다고 가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설계한다 | 내부 시스템의 데이터와 통신 구간을 암호화하고, 이상행위 탐지·로그 기반 모니터링을 상시 운영한다 |
첫 번째 원칙인 명시적 검증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방식입니다. 업무용 컴퓨터가 아닌 개인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면 OTP나 휴대폰 인증 같은 추가 검증을 요구받는 경험이 대표적입니다. 두 번째 원칙인 최소 권한 부여도 익숙합니다. 각자 자신의 역할에 맞는 계정으로 업무에 필요한 범위에만 접근하고, 그 외 정보에는 접근이 차단되는 방식입니다.
세 번째 원칙인 침해 가정은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앞서 다룬 암호화를 적용해, 설령 공격자가 내부 시스템에 침입하더라도 전용 키가 없으면 알아볼 수 없는 데이터로 남아 있도록 만들어 중요한 정보를 지키고 시스템 손상을 막는 접근입니다. 이 지점에서 암호화와 제로 트러스트는 서로 다른 원칙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에 놓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강력한 암호화가 시스템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은 맞지만, 내부에 이미 공격이 시작된 뒤라면 암호화만으로는 늦을 수 있습니다. 미리 준비된 제로 트러스트 체계가 있어야 소중한 정보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침해 가정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누가 언제 어떤 데이터에 접근했는지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이상행위를 실시간으로 걸러낼 수 있는 로그 기반 모니터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너버스는 LogCenter의 통합 로그관리와 SecuForge SIEM의 상관분석 기능을 통해 명시적 검증과 침해 가정 원칙을 실제 운영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